새 임원이 세워지고 첫 모임을 합니다. 전임자가 파일 몇 개를 카톡으로 보내줍니다. 명단 엑셀 하나, 지난해 예산안 하나, 그리고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보세요"라는 메시지.
한 달쯤 지나면 이런 상황이 생깁니다. 회계 담당이 작년 수련회 업체 연락처를 찾다가 결국 전임자에게 다시 연락합니다. 명단에 있는 이름 중 절반은 최근에 본 적이 없는데, 지운 사람인지 안 나오는 사람인지 알 수 없습니다. 새가족 담당은 지난 6개월 동안 누가 새로 왔는지 파악하는 데만 3주를 씁니다.
인수인계 자체가 부실했던 걸까요. 그런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넘길 것이 애초에 개인의 머릿속과 개인의 파일에만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수인계가 실패하는 세 가지 이유
파일이 아니라 맥락이 필요한데 파일만 넘어간다
명단 엑셀을 받아도 각 열이 무슨 뜻인지, 비어 있는 칸이 "모름"인지 "해당 없음"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예산안을 받아도 왜 그 금액이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정작 필요한 건 판단의 근거인데, 넘어가는 건 결과물뿐입니다.
진행 중인 일이 빠진다
인수인계 목록은 보통 완료된 것 위주로 작성됩니다. 그런데 실제로 문제가 되는 건 진행 중인 일입니다. 답사만 하고 계약은 안 한 수련회 장소, 구두로만 약속한 강사, 아직 정산 안 된 지난달 지출. 이런 것들은 목록에 잘 올라오지 않습니다.
인수인계 시점이 이미 늦다
대부분의 부서에서 인수인계는 임기가 끝난 뒤에 이뤄집니다. 전임자는 이미 마음이 떠났고, 기억은 흐려졌습니다. 인수인계는 임기 마지막 두 달 동안 함께 일하면서 이뤄져야 실제로 전달됩니다.
반드시 넘겨야 할 7가지
1. 구성원 명부와 그 상태
이름 목록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각 사람이 어떤 상태인지가 함께 넘어가야 합니다.
- 현재 활동 중인 사람
- 최근 몇 달 나오지 않는 사람 (연락은 되는지, 사유는 아는지)
- 등록은 했지만 아직 정착하지 못한 새가족
- 군 입대, 유학, 이사 등으로 자리를 비운 사람
세 번째와 네 번째를 구분하지 못하면 새 임원은 명단의 절반을 신뢰하지 못한 채 시작합니다.
2. 셀 편성과 그 이유
현재 셀 구성뿐 아니라 왜 그렇게 짰는지가 필요합니다. 특정 두 사람을 같은 셀에 두지 않은 이유, 어떤 셀 리더가 지금 부담이 큰 상태인지 같은 정보는 문서에 잘 남지 않지만 다음 개편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3. 회계 현황
- 현재 잔액과 그 근거가 되는 통장 내역
- 아직 정산되지 않은 지출
- 정기적으로 나가는 비용과 그 시기
- 지난 1년의 항목별 지출 규모
마지막 항목이 가장 유용합니다. 다음 예산안을 짤 때 유일한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4. 연간 일정과 반복 행사
수련회, 임원 수련회, 전도 행사, 부서 창립일처럼 매년 반복되는 일정이 있습니다. 각 행사의 통상적인 시기, 준비 시작 시점, 소요 예산이 함께 넘어가야 합니다.
5. 외부 연락처
강사, 버스 업체, 숙소, 인쇄소, 식당. 이 목록은 매번 새로 만들기에는 아깝고, 전임자의 휴대폰에만 있기에는 위험합니다. 평가와 함께 남겨야 합니다. "이 업체는 가격은 좋은데 연락이 느림" 같은 한 줄이 다음 담당자의 하루를 아낍니다.
6. 진행 중인 일 목록
지금 어디까지 되어 있고,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것만큼은 문서로 남겨야 합니다.
7. 계정과 접근 권한
부서 이메일, 클라우드 드라이브, SNS 계정, 사용 중인 앱의 관리자 권한. 인수인계 문서에서 가장 자주 빠지는 항목이면서, 빠졌을 때 가장 즉각적으로 곤란해지는 항목입니다.
문서로 남길 것과 시스템에 남길 것
일곱 가지를 모두 문서로 만들려고 하면 인수인계 문서가 수십 장이 되고, 결국 아무도 읽지 않습니다. 성격에 따라 나눠야 합니다.
| 구분 | 어디에 두어야 하나 | 이유 |
|---|---|---|
| 명부, 셀 편성, 출석 기록 | 시스템 | 매주 바뀌므로 문서로 만들면 그 순간 낡음 |
| 재정 내역, 영수증 | 시스템 | 시점별 기록이 그대로 근거가 됨 |
| 연간 일정, 반복 행사 | 시스템 | 다음 해에 그대로 복제해 쓸 수 있어야 함 |
| 판단의 근거, 주의사항 | 문서 | 시스템에 담기지 않는 맥락 |
| 진행 중인 일 | 문서 | 인계 시점에만 의미 있는 스냅샷 |
| 계정·권한 | 문서 + 즉시 이양 | 목록만 넘기고 실제 권한을 안 넘기는 사고가 잦음 |
앞의 세 줄이 핵심입니다. 명부·재정·일정이 부서 계정에 쌓여 있으면 인수인계 문서에서 이 세 가지를 통째로 뺄 수 있습니다. 새 임원은 로그인하는 것으로 지난 기록 전체를 받게 됩니다.
브랜치스를 쓰는 부서에서는 관리자 권한만 넘기면 명부, 출석 기록, 셀 편성, 연간 일정, 재정 내역과 영수증이 그대로 이어집니다. 전임자의 개인 드라이브를 뒤질 일이 없습니다.
인수인계 문서 템플릿
시스템에 담기지 않는 것만 남기면 문서는 두 장이면 충분합니다.
1. 지금 부서의 상태
- 활동 인원 규모와 최근 흐름
- 지금 가장 신경 써야 할 사람 또는 셀
- 잘 되고 있는 것 / 손봐야 하는 것
2. 진행 중인 일
- 일 이름 / 현재 단계 / 다음에 할 일 / 마감
(완료된 일은 쓰지 않습니다)
3. 알아 두면 좋은 것
- 사람에 대한 주의사항
- 결정의 배경 (왜 지금 이 방식인지)
- 하지 않기로 했던 것과 그 이유
4. 계정과 권한
- 서비스명 / 계정 / 이양 완료 여부 (체크)
5. 외부 연락처
- 구분 / 이름 / 연락처 / 한 줄 평가
3번 항목의 마지막 줄을 권합니다. 하지 않기로 했던 것이 기록되지 않으면, 새 임원이 이미 실패한 시도를 반복하게 됩니다.
인수인계를 없애는 방향으로
가장 좋은 인수인계는 인수인계할 것이 적은 상태입니다. 그러려면 임기 중에 두 가지 습관이 필요합니다.
기록을 개인 파일이 아니라 부서 계정에 남깁니다. 내 노트북의 엑셀이 아니라 부서가 함께 보는 자리에 두는 것만으로도 인계할 항목이 크게 줄어듭니다.
결정할 때 이유를 한 줄 남깁니다. 회의록이든 메모든 상관없습니다. "셀 개편은 학기 시작 2주 전에" 같은 한 줄이 다음 사람에게는 몇 주치의 시행착오를 줄여 줍니다.
임원은 매년 바뀝니다. 바뀌는 것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바뀔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은 막을 수 있습니다. 그 차이가 몇 년 쌓이면 부서의 체력이 됩니다.